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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문학스튜디오 무시

2021 문학주간 작가스테이지 <언어의 맛> 에세이 원문 공개_찬찬

최종 수정일: 2021년 12월 7일




한국 음식을 말하다

찬찬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먹기 위해서 사는 건지” “살기 위해서 먹는 건지”라는 말입니다. 참 재미있는 의문이지요. 오늘은 음식과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미야마인이 느끼는 한국어의 음식 관련된 재미있는 말 표현과 한국 음식의 매력에 대해 써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한국어에서는 “의식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데 반해 미얀마어에서는 “식의주(싸윗네)”로 표현합니다. 이 표현만 보면 한국에서는 옷을 입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에 먹고, 주거생활을 하는 순서로 해석이 될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미얀마어에서는 우선 먹어야 하고 그 다음에 입어야 하고 또 살아야 한다는 순으로 되어 있어 어쩌면 미얀마인들은 입고 자는 것보다 먹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얀마는 한국보다 음식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를 가진 국가라고 해석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다시 말해서 미얀마가 한국보다 음식문화를 더 중요시하는 문화권일까요? 저는 한국어의 이런 표현들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무리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한들 식사가 우선이라는 한국 조상들의 지혜와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나지 배가 고파서는 일도 할 수 없음을 표현하는 말인데 식사가 얼마나 우선적인지를 보여주는 말이지요. 또 이런 속담도 있지요. “수염이 대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다.” 배가 불러야 체면도 차릴 수 있다는 뜻으로 먹는 것의 중요함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표현으로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짓까지 하지 않을 수가 없음을 표현하고 있는데 사람의 인생에서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말 먹고살기 힘들 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되는 이들이 이해가 가게 만드는 말인 것 같습니다. 또 저는 이 표현이 많이 재미있다고 늘 느끼는데 “다 된 죽에 코 풀기” 거의 다 된 일을 망쳐버리는 주책없는 행동을 표현하는 말인데, 먹는 음식에다가 더러운 코를 푸는 것으로 비유하니까 웃음이 나면서도 절로 그 느낌을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한국 조상들의 재치 있는 표현력과 말재주가 느껴집니다. 음식 관련 말 표현 중에서 마지막으로 알려주고 싶은 것은 “옥수수를 쪄먹는다.”라는 표현인데 저는 이 표현을 아직 공감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시댁에서 남편과 시어머니께서 늘 "옥수수 쪄먹자."라고 하시는데 저는 항상 “옥수수는 삶아서 먹는 거잖아요?”라고 이의를 표현하곤 합니다. 미얀마에서는 물을 끓여서 음식을 넣으면 그 음식은 '삶은 음식'입니다. 그래서 “옥수수 삶아먹다. 삶은 옥수수”라는 표현을 쓰지만 한국에서는 분명히 물을 넣고 삶는 음식이지만 찐 음식이라고 하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다음으로는 한국에서 10년 동안 생활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 한국 사람들은 음식을 참 맛깔나게 만드는 민족이라는 생각입니다. 먹음직스럽게 음식도 ‘깔 맞춤’ 하는 민족은 지구상에서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한국인들의 미(美)의식을 자랑하는 데 한국 음식이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음식의 중요성을 아는 민족이기에 음식의 미(美)를 표현하는 풍습이 생겨났던 걸까요? 저는 한국 음식은 계절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의 사계절 중에 가을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데 그 이유는 “단풍” 때문입니다. 푸르고 붉은 갖가지의 오색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슬프게도 기쁘게도 하는 단풍의 장면을 한국 음식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음식은 오색 단풍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 추석에 먹는 “송편”에도 가을을 볼 수 있습니다. 반달 모양의 송편이지만 저에게 송편은 가을 오색 빛의 나뭇잎과 같아 보입니다. 수라상에서도 늘 푸르고 붉은 채소로 음식을 깔 맞춤하는 한국 민족의 자랑스러운 미 감각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본 한국 음식 중에 가장 놀라운 것은 “화전”입니다. 미얀마에서는 꽃은 절대로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한국에서는 진달래 등의 먹을 수 있는 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생각이 고우면 꽃으로 음식을 해먹을 생각을 했을까?"라는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꽃부꾸미, 꽃지지미, 꽃달인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화전. 어쩌면 진짜 꽃보다도 아름다운 한국인의 음식 풍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먹는 음식이 곧 자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명언이 있는데 저는 이 말이 한국인에게 꼭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은 세상의 미와 지혜를 음악과 미술과 문학과 음식 표현 가능한 모든 면에서 표현하는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음식은 꼭 한국인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아름다운 한식은 곧 제가 만난 아름다운 한국인입니다.


아름다운 한국인과 음식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국인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미얀마의 음식 문화에는 이런 상황에 딱 좋을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을 함께 먹으면 친척이 된다는 미얀마의 전통 음식! 그런 이유로 미얀마의 모든 행사와 잔치에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등장하는 음식. 바로 “라팟”이 있습니다. 라팟은 찻잎인데 한국에서 깻잎을 먹듯이 찻잎을 기름과 소금 등에 절여 보관을 하고 그것을 볶은 콩과 양배추, 토마토 등의 야채와 함께 무침을 해서 먹습니다. “라팟 한 잎으로 친척 된다.”는 속담까지 생길 정도로 미얀마의 가장 전통적인 음식이며 혼례식을 비롯한 모든 잔치에 등장하는 음식입니다. 아름다운 한국인과 더 가까워지려면 언젠가 라팟을 한 번 나눠먹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한국인과 인심 좋은 미얀마인의 만남이 영원한 기쁨이었으면 합니다.




* 한국어: 먹음직스럽게 음식도 ‘깔 맞춤’ 하는 민족은 지구상에서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 한국인들의 미(美)의식을 자랑하는 데 한국 음식이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 미얀마어: စားချင်စဖွယ်ဖြစ်အောင် အစားအသောက်ကိုတောင် "အရောင်စပ်ပြီး" စားတဲ့ လူမျိုးဆိုတာ ဒီ ကမ္ဘာပေါ်မှာ မရှိသလောက် ရှားပေမယ့် ကိုရီးယားလူမျိုးတွေရဲ့ "အလှအပကို ခံစားတတ်တဲ့ အနုပညာစိတ်"ကို ပြသနေတဲ့ အထဲမှာ ကိုရီးယားအစားအစာက တစ်ကဏ္ဍ ပါဝင်နေပါတ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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