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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문학스튜디오 무시

《TOYBOX》에 보내주신 추천사(안희연, 우다영, 최리외)



때로는 필진의 자리에서, 주로는 독자의 자리에서 문학스튜디오 무시의 작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기존 문학장에 대한 반성과 확장을 추구하며 탄생한 잡지는 여럿이지만 그중에서도 <TOYBOX>의 작업은 단연 독보적이다. 단지 새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제 및 필진 선정에 있어서도 고민의 층위가 두터운, 내실 있는 잡지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자기 장르에만 협소하게 머물지 않고 자유로이 예술 교감을 나누는 예술가들의 협업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TOYBOX>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이 시대 가장 ‘젊은’ 예술가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첨예한’ 작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TOYBOX>를 만나는 일은 지금껏 당신이 정의해온 예술이, 읽어왔던 문학이 무엇이었는지를 되묻는 일이다. 교차하고, 경계를 넘고, 더 멀리 가려는 놀이터가 여기에 있다. 문을 활짝 열고 당신을 초대하고 있다.

-안희연(시인)



 

<토이박스>는 글이 단순히 종이 위에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황된 상상인지 깨닫게 하는 한 권의 책이다. 한 권의 책이 어째서 한 권의 책으로만 남을 수 없는지 역설하는 미지의 상자다. 상자는 원한다면 뚜껑을 열어볼 수도 있고 작은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아니면 직접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즐거운 놀이터에 초대받은 뒤 글을 읽고 쓰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들을 꽤나 가시적으로, 어쩌면 보지 않는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다. 글은 확장되고 접히고 관통되고 연결되고 뒤집히고 망가지고 합쳐지고 중첩되고 왜곡되고 정렬되고 대체되고 유실되며 우리랑 노는데 우리에게는 언제나 같이 놀기 위해 멀리 힘껏 뻗는 손이 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토이박스>에서 뻗어 나온 단단하고 든든한 손들에 붙었는데 우리가 모두 이 끝없는 놀이를 아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번번이 놀라곤 한다.

-우다영(소설가)



 


쓰기와 읽기, 낭독하기와 번역하기를 좋아하는 최리외입니다.

많은 친구들에게 저는 ‘해외문학 사랑하는 애’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경선을 기준으로 해외와 국내를 구분하는 것은 단순하고 명쾌하고 편협한 분류법입니다만,

또 다시 단순하고 명쾌하고 편협하게 말하자면 저는 실험적인 태도가, 그 시도가 느껴지는 작품을 읽고자 하는 독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익숙함을 비틀고, 기성의 장르를 뒤얽거나 새로 발명하고, 이것과 저것을 연결해 관습적인 이해를 낯설게 만드는 시도들.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전위적인 결과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시도를 지속하는 이들을 무턱대고 응원하고 싶어집니다. 그들이 세상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스베트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목소리 소설, 올가 토카르추크의 패치워크 소설, 에밀리 정민 윤의 콜라주 시는 ‘소설은 이렇게 써야 해’, ‘시는 이렇게 써야 해’를 비껴갑니다. 자연스럽고 덤덤하게, 유유하게 표적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며 경계를 흐리는 물고기처럼.


올-라운드 문예지 <토이박스>는 이러한 시도를 하려는 창작자들을 모으거나,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제안해온 잡지입니다. 그리하여 이 ‘문예지’에는 리사이클링시, 메타-편지, 텍스티미지, 3D영상이 실립니다. 이런 시도도 가능하구나, 이런 실험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그 시도를 한데 모아 지면 안에서 살펴볼 수 있구나. ‘토이박스’를 읽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순간이 생겨납니다. 새로운 상상력의 실마리를 틔우게 됩니다.


‘이렇게 읽어야 해’가 이상하듯 ‘이렇게 써야 해’라는 건 이상합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그렇게도 읽고 쓸 수 있고, 쓴 것을 지면 바깥에서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스튜디오 무시는 그 시도를 무시만의 방식으로 3년째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없는 말을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말을 들려주는 일. 그것을 실험이라 부를 수 있다면, ‘토이박스’는 새로운 실험실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딘가에 갇히지 않고 유유하게 헤엄칠 수 있습니다. 문학을 다채롭게 읽고자 하는 저와 같은 독자에게, 스튜디오 무시의 실험은 귀합니다. 눈 밝은 독자인 당신에게도, 경계 없는 글쓰기를 하고자 하는 당신에게도 귀할지 모릅니다.

실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최리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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